- 지후에 눈물 -
오늘은 12번째 돌아오는 어머님 기일이다.
양력으로 지내다 보니 이번에는 음력 섣달 그믐날이 기일이 되었다.
기독교인이라 제사를 지내지 않으니 추도식을 하기로 했었지만,
형제들이 모여 추도식을 단 한번도 지내 본적이 없다.
그래서 해마다 이날이 돌아오면 어머님께 죄송한 생각에 더욱 마음이 아픈 것이다.
기일이 돌아오면 다들 기억하고 있겠지만 내가 하는 일이란 가족 친지들 모두에게어머님 사진을 메시지로 전달하는 일이었다.
이날을 상기하라고 ......
사진을 매번 보내다가 요즘엔 그것마저도 하지 않게 되었다.
오늘은 손자 지후가 태어나 처음으로 증조할머니 산소에 가는 날이다.
지난번 성묘때 며느리가 꽂아놓은 빛바랜 조화가파란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다.
이번에는 직접 재료를 구입해서 꽃을 손수 만들었기에 손주 며느리에 정성이 더욱 깃들어 있다.
아들이 꽃을 바꾸어 놓는 작업을 하는 동안 나는 여기저기 옮겨다니며 사진을 찍는다.
지난 12년 동안 지금껏 이곳에 올때마다 빠짐없이 사진을 찍어날짜별로 모두 컴퓨터에 보관해 놓고 있다.
어머님이 살아 계셨으면 증손자를 들여다보며 무척이나 좋아했을 터인데..
이런 모습을 지후는 엄마 품에 안기어 슬픈 표정으로 가만히 내려다 보고 있다.
잘 웃던 아이가 사진을 찍으려고 웃기려 해도 웃어 주지를 않는다,
그러던 지후 눈에서 소리 없이 눈물이 흘러내렸다.볼을 타고 흘러내리는 눈물~
그냥 흐르는 눈물이라면 왜 우울하고 슬픈 표정을 하고있는 것인가,
말도 아직 하지못하는 아이가
분명 서러운 표정으로 눈물을 흘린다.
아~~
아이 눈에 무언가 보였던 것인가?지후도 마음이 아픈 것일까?
증조할머니가 나타나 지후에게 무슨 말이라도 한 것일까?
참 신기한 일이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다시 한번 이해가 되지않았던 그 순간을 떠올릴 때
지후 눈에서 또 한번의 소리 없는 눈물이 흘러 내린다.
지후야 ~
2017.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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