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병상일기

[29] 조용히 잠 좀 잡시다

情人 2016. 3. 24. 23:21

 

 

 

 

 

      다깨다 자다 깨다를 반복하며 몽환적인 꿈까지 꾸고 나서야
      눈을뜨고 돌아서 엎드렸습니다.
      깊은밤 들려오는 소쩍새 소리의 애닯픔 때문일까요
      멀리서 들려오는 고속도로의 자동차 소음 때문 이었을까요
      아니었습니다 바로곁에서 조금전 들려오던 어머님의 숨소리 때문에
      눈을 뜬 것 이었습니다.

      해마다 산상집회 기간에는 언제나 어머님과 둘이서 이 텐트 안에서 같이
      생활을 했습니다. 지금 내가 누워있는 이 텐트가 바로 어머님과 함께
      잠을잤던 그 텐트입니다. 밤이 깊은줄도 모르고 어머님과 나란히
      누워서 도란도란 지난 이야기에 끝을 모르고 이어질때, 급기야
      이웃 천막에서 "조용히 잠 좀 잡시다" 하는 불평의 소리를 듣고나서야
      비로서 찬물을 끼얹듯 입을 다물고 잠을 청했습니다.

      어머님과 나란히 같이 누워 있으면
      어찌그리 옛날 이야기가 끝도없이 이어져 나오는지...
      지난 과거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당신이 열일곱에 시집와서 고생하며 살아온
      서러운 이야기를 모두 쓰려면 책 한권을 다 써도 모자랄 거라며
      회한의 한숨을 길게 내 쉬었습니다.
      그리고 또 이어지는 다음 이야기들....
      그런 이야기를 주고받던 장소가 바로 이 천막 안 이었습니다.
      그래서 어머님에 과거 이야기는 칠남매중에 내가 가장많이
      듣고 살아왔습니다.

      어머님은 안계시고 이젠 나혼자 이 천막 안에서 소쩍새 소리에
      쉽게 잠을 이루지 못합니다. 어머님이 소쩍새가 되어 찾아 오신것일까
      홀로우는 소쩍새는 무슨한이 그리도 많아 저리도 애닯게 울어대는가
      소쩍~소쩍~ 가슴속을 후벼 파듯  슬피웁니다.
      오늘은 집회 마지막날 밤 입니다. 또 일년이 지나야 이곳에 다시 오게
      된다는 마음에 아쉬움만 더해갑니다.
      20년 동안 해마다 어머님과 같이 기거 했던 기도원 천막.
      묶어놓은 커튼밖으로 내다 보시며 공주방 같다고 환하게 웃으시던 그 모습이
      이젠 기억저편으로 희미하게 사라지는것 같아 또 아쉬워 집니다.
      세월이 약이라는 노랫말이 틀리지는 않나봅니다.
      어머님이 안계신 이천막에서 이젠 나혼자 생각에 잠기는 시간이
      결코 외롭지 않게 되었으니 말입이다.

      밤이 지나가고 이젠
      아침을 맞이하려 합니다.


       2015. 5.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