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병상일기

[22] 텔레비젼과 어머니

情人 2007. 11. 18. 06:40

      텔레비젼과 어머니
        집에 혼자 계시는 어머님이 왜 텔레비젼을 켜둔채 자며 깨며 하셨는지
        그때는 그 원인을 생각하려 하지도 않았다.
        낮시간 집에 혼자계시는 어머님은 늘상 텔레비젼을 켜 놓은채 생활하셨다.
        지금은 내가 저녁시간에 빈집에 혼자 있으면서 노상 텔레비젼을 켜 놓고
        다른 일들을 한다.
        듣지도 보지도 않으면서 사람소리가 그리워 늘상 켜놓는 텔레비젼
        귀가 잘 들리지 않아 볼륨을 크게 올려놓고 어머니는 주무시고 텔레비젼은
        혼자 웃고 떠들고 있다. 나는 그런 어머님 에게 매번 잔소리를 한다.
        "주무실려면 텔레비젼을 끄세요! 보지도 않는거 전기요금만 나가자나요!
        같이 사용하는방, 텔레비전 소리에 컴퓨터 작업에 방해가 된다.
        어머님에 심중을 헤아리지 못하고 시끄럽다고 불평하는 내모습에 아예
        소리를 음소거로 줄여놓고 그냥 움직이는 화면만 말없이 보고 계신다.
        아기가 자장가를 들으며 잠드는건 곁에 아무도 없는 허전함 대신 누군가
        곁에 있다는 든든함을 잠결에도 확인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 허전함은
        나이가 들수록 더 적막한 것이 되나보다.
        그 적막이 싫어 텔레비젼을 켜 놓은체 주무시다가도  텔레비젼을 끄면
        깜박 잠에서 깨어나게 된다. 자지않고 금방 눈만 감았는데 텔레비젼을
        끈다며 리모콘을 집어들어 다시 전원버튼을 누른다.
        그러다가 또 켜놓은체 잠이든다. 잠시라도 그 적막감을 견딜수 없으셨나
        보다. 그 기간도 잠시, 나와 매번 이런일로 다투면서 지내다가 병환으로
        몸져 누우시면서 부터는 텔레비젼에 아예 관심도 없다는듯 보지도 않고
        외면하셨다.
        그러다 어머님은 돌아가시고 이젠 내가 혼자되어 항상 텔레비젼을 켜놓고
        지내면서 지난날 어머님의 그 심정을 이제야 헤아려 본다. 
        회한으로 밀려오는 그날들을 생각하면 돌아올수 없는 그리움으로
        좀더 이해하지 못하고 화를 냈던 일들이 내내 후회로 남아 가슴을 친다.

                                                                                   2005.12.14. 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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