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병상일기

[9] 마지막 낙엽 떨구는 소리

情人 2007. 11. 17. 05:38
        

       

       


      어둡지도 밝지도 않은시간

      무도 없는 병원뜨락,
      바람에 구르는 나뭇잎이 나보다 더 쓸쓸해 보인다.
      새벽에 부는 바람은 어느덧 겨울의 냄새를 짙게 담고있다.
      죽음에 대한 공포를 느낀것은 오래 전 부터이다.
      사람은 태어나면서 부터 이미 죽음이 예약되어 있는게 아닌가
      하지만 죽음을 이처럼 가까이에서 느껴본적은 없다.
      마치 거대한 자력에 끌리듯이 죽음을 눈앞에둔 사람들은 
      서둘러 이곳으로 몰려온다.

      나에 생각은 그에 대한 동정심이 아니라 우리가 죽지 않은데
      대한 안도감이다. 죽음은 물결처럼 밀려오는 것이다.
      한사람이 죽으면 그 다음사람이 기다리고 있다는 뜻이다.

      며칠전,,
      어머님이 누워계신 병실 바로 옆침대에 한 아주머니가 들어와

      담관암으로 신음하다 어제밤 죽어 나갔다.

      숨을거둔 환자는 시신용 간이침대로 옮겨지고 의료 보조사는

      그의시신을 간이침대의 아래칸으로 옮긴다.
      간이침대의 평평한 윗부분과 옆면은 백색 방수포로 덮여있어
      시신은 보이지 않는다.
      의료 보조사가 침대를 밀고 나가자 며칠동안 꼼짝않고
      환자곁에 붙어서 간병하던 그 나이든 처녀가 울며 뒤를 따른다.


      그의 아버지 이자 시신의 남편인 초최한 50대후반의 남자도
      허리를 굽혀 침대의 측면을 붙잡고 그 뒤를 따라 나간다.
      복도는 통곡소리로 가득하고 주위사람들이 여기저기 나와서
      그 광경을 바라보며 측은한 눈길을 보낸다..

      앙상한 나뭇가지가 흔들리며 마지막 낙엽 떨구는 소리에

      허전한 마음은 더해만 간다.



                                                                                 

       

         - 정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