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병상일기

[5] 구부리되 꺾이지 마라

情人 2007. 11. 15.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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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탕 소란을 잠재우고 나서 병원 취사실 문을열고 들어왔다. 아무도 없는 한밤중에 나는 이곳에서 나만에 마약을 조제하고 있다. 뜨거운 인스탄트 커피 한잔에 그 분량만큼의 고량주를 붓는다. 그 마약과 함께 카스테라 빵 한조각을 뜯어 먹으며 울컥하는 마음을 잠재운다. 어머님이 입을굳게 닫아 말을 하지않고 지내시더니 12일 만에 드디어 말문이 열렸다. 병실안의 다른 환자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재미 있다는듯 옆침대의 환자들이 어머니에게 장난스레 말을 걸어온다. 이제 어머니는 천진스런 어린아이로 변했다.
      우두커니 서서 거울속의 나를 바라본다. 외로운 사람, 텅빈복도를 배회하는 불쌍한 사람, 하지만 나에게는 이 아픔을 감싸주는 고요가 있다. 만약 이 고요가 아니었다면 그 밖의 것 들은 어떤것이라 할지라도 내 존재의 기저를 여지없이 허물어 뜨리고 말았을 것이다. 내적으로 갈등이 있는사람은 보기에도 허약하게 보이고 몰골이 말이 아니지 않는가 지금의 내모습은 너무 초최하게 무너지고 있다. 동아대학교 병원으로 어머님을 옮기고 또 하룻밤을 지냈다. 불과 하루동안 환자의 변화하는 증상에 나의 심장은 치솟고 또 곤두박질 치는일을 예고도 없이 해 내었다. 옛 격언이 생각이 난다. " 구부리되 꺾이지 마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