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포장에 가면
- 정인 -
삶이 지치고 힘들때는 시장에 가 보십시오.
정직하고 열심히 사는 시장 사람들을 보면 어느새 나도 모르게 움츠려
들었던 용기가 새로이 샘솟음 치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시장에 가면 사람사는 생동감이 그야말로 갓 잡은 생선처럼 팔딱팔딱
살아 숨쉬고 있기 때문일 겝니다. 또한 이런저런 볼거리 먹거리가 내
입맛을 한껏 사로잡지 않습니까?
장날은 더욱 그렇습니다. 어쩌다 쉬는 날이 오일장날과 맞아 떨어지면
괜스레 마음이 설렙니다. 요즘은 도시화로 밀려 시장면적이 많이 줄어
들었지만 20년전만 해도 그렇지 않았습니다. 집에서 버스로 50분 거리
인 낙동강 하구의 구포장은 그야말로 살아서 팔딱이고 있었습니다.
온갖 가축들의 냄새가 가득 넘쳐 났고 싸구려 장사꾼의 외침소리와 리
어카상인 들의 카세트 테이프에서 흘러나오는 노랫소리가 신명나게 흥
을 돋구어 주었습니다.
시장이 한창 무르익을 정오 즈음엔 그야말로 사람들의 물결로 장사진을
이룹니다. 그 옛날 항일운동 만세소리의 함성이 울렸던 곳도 바로 이곳
구포시장 이었습니다.
아직 찬바람이 목덜미를 스치는 이맘때면 무었보다 꽃 시장이 활기를 띰
니다. 나는 그 좋은 시간의 반을 여기에서 머뭇거립니다. 겨우내 못 보
았던 반가운 친구를 만난듯이 그것들을 들여다보고 값도 물어보고 하느
라 시간가는 줄 모릅니다. 맨 뒷줄에 키큰 목련, 넝쿨장미, 배, 대추나무
들은 뿌리턱에 얼마만큼에 흙을 감싸 달고 묵묵히 기대어 서서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고 맨 앞줄에 키작은 난장이 꽃들 팬지, 데이지, 프리뮬러,
수선화등은 활짝 피어올린 꽃으로 찾는이에게 기쁨을 주며 까불어댑니다.
성급하게 꽃망울을 밀어올린 군자란은 변함없는 사랑을받고 잘생긴 순서
부터 하나씩 주인의 부산한 손놀림에 포장되어 팔려 나갑니다.
장바닥에 그냥 어지럽게 놓여진 싸구려 물건들이 여기서는 쪼구려 앉아
서 뒤적 거려도 하나도 창피하지가 않습니다.
빈손으로 이리저리 구경하던 것이 돌아 나올 즈음엔 양손에 가득한 비닐
봉지가 들려 있습니다. 아직 채 식지않은 순대봉지를 다시 한번 만져
봅니다. 버스정류소로 걸어 나오면서 그래도 무엇보다 시장사람 들의 활
기찬 냄새와 소리 그속에서 힘들고 지친 내 마음이 정화되어 돌아온다는
것에 큰 보람을 느낀 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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