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곤충

무당벌레의 쪽잠

情人 2011. 7. 20. 00:15

 

 

쪽잠

 

산 몇 개 넘어 넓은 구름 가득한 억새밭 사이에
누워 잠들었으면 좋겠다.

 

가을 햇살을 덮고 자는 잠이라 비록 여우잠 이라도
잠깐씩 깰 때마다 파란 하늘이 눈에 들어와
눈과 머리를 씻어내는 그런 잠을 잘 수 있으면 좋겠다.

 

바람에 머리카락도 억새처럼 날리고
마음이 깃털처럼 가벼워 지면서 무겁던 몸에서
천천히 내가 지니고 있던 무게가 빠져나가는 잠을 자면 좋겠다.

 

사랑하는 사람의 무릎을 베고 누워 풋잠이 들었으면 좋겠다.
부드럽고 따스한 무릎을 베고 누워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어디서 부턴가 이야기의 꼬리를 잃어버리고
스르르 잠에 빠져들었으면 좋겠다.

 

살에 볼을 대고 잠든 모습을 바라보다가
함께 잠든 사람 위로 나뭇잎 그림자가 일렁이고
고추잠자리가 가만히 날아와 앉는 가을 한낮의 다디단
쪽잠을 잘 수 있으면 좋겠다.

 

                     도종환의 산방일기 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