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병상일기

[23] 가장 고통스러운 날에....

情人 2007. 11. 18. 06:49

 

 

    가장 고통스러운 날에..


    텅빈 넓은 하늘에 뜬 달을 올려다 보며 인생을 되돌아 보지 않을사람
    어디 있으랴. 바람이 창문을 두드리며 흔들리는 소리에 뒤척이지 않을
    사람 이 세상에 어디 있으랴, 그렇게 뒤척이며 지샌 아침이다..

    바람이 잠들고 햇볕이 무서운 날에 가장 굵은 소금이 온다고 했다.
    짠맛 안에 바닷물의 향기와 햇빛의 향기를 모두 간직하고 있어야 한다.
    좋은소금은 폭양속에서 온다.

    인간이 가장 고통스러운 날에, 가장 향기로운 소금은 인간에게로
    온다
    했는가,  어머님에 시신을 끌어안고 허망하게 부서져 버린 그 세월을
    기억하며 쓰라림에 울던 그날, 나는  외로움에 더욱 더 가슴을 쳐야했다.

    당신이 떠나가신 빈 자리에 대한 허전함과 아쉬움이 남아 사무치는

    념을 가눌길이 없어 정신없이 산소를 찾아 다니며 울고 있을때도 혼자
    라는 생각에 너무나 무겁게 가슴을 짓누르고 있었다.
    눈이라도 내릴 것 같이 암울한 하늘을 바라보며 당신과의 추억을 떠올
    릴때 가슴 깊은 곳으로 흐르는 회한의 눈물은 냇물처럼 흘러 묘지를
    적시고 차거운 손등으로 눈물을 훔쳐가며 터벅터벅 산에서 내려오던
    날이 몇날 이었던가

    목적지도 없이 그냥 자전거의 패달을 밟으며 길바닥에 눈물을 뿌리던
    날이 몇날 이었던가  아직도 그 병원 그 병실에 그대로 누워 계셔서 날
    바라보며 손을 들어 반겨줄것만 같아 병원을 찾아 복도를 서성이던 날
    이 있었다.
    그렇게 지내온 날들이 벌써 삼백 예순 다섯날이 지나간다.
    잊으라고 잊으라고 이젠그만 잊으라고 하던 귓가에 들려오던 말들.
    그래서 나는 이제 어머님을 조금씩 잊으려 노력하고 있는가 보다.

    내나이 마흔아홉에 역경의 고난.
    실의와 좌절의 늪에 빠저 허우적 댈때 그래도 먼 후일을 바라보고 견
    디어 내었기에 오늘에 내가 있는것이고. 놓친것만 생각하고 손안에 있
    는건 생각지 못했다면 어찌 오늘에 내가 있었겠는가.
    남은가족에 소중함이 눈에 보이고 내 자신에 소중함이 눈에 보이는데
    이제 내앞에 남은 날 들을 어머님을향한 그리움으로 어찌 마냥
    슬퍼만 하며 보내겠는가.

    보라 !
    오늘또 파아란 날이 새었다.
    내 인생 오십에 또다른 삶의 시작이다.
    일각이라도 이날을 미리 볼 눈이 없으나
    보라! 여기 또 한번
        파아란 날이 새었다. 생각하면 내어찌
        이날을 헛되이 놓쳐 보내리..



                                    2006.1. 25. 일주년 기일[忌日]에 ...정인